몇달전 경험한 지진 이야기

대략 밤12시쯤,   TV 다 보고 현관문 잠그고, 베란다 문도 잠그고  자러 들어간다.
이미 마누라와 둘째 딸은 자고있고....    눈을 감고 얼마나 지났을까, 
지지직,지지직,끼익,그리고 쇠파이프가 굴러가는소리, 여러 잡소리가 나고
머리속이 멍 해진다. 1-2초나 지났을까,  쉬파 지진이다!!!! 마음속으로 소리를 외치며 마누라를 깨운다.
옷을 챙겨 입으려 일어서는데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기어가서 벽을 잡고 일어서 옷을 입고
작은방으로 겨우 간다.  아들 녀석은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지진이 털기춤 마냥  마구 흔드는게 아니고  그네처럼 왔다갔다 그렇게.....  
흔들림이 멈춘 틈을 타고  아들녀석을 안고 뛰기 시작한다.  마누라도 마찬가지로 딸을 안고...
들은건 있어가지구 마누라한테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걸어 내려가자고 한다.
근데  43층이다.  아들녀석 대략 25KG,  딸 15KG. 이제 현관문을 빠져나오고 있으니 
아직은 무게를 못느낀다.  별 생각없이 계단을 뛰기 시작.....
정말 목숨 걸고 뛰었다.  내 생애 이렇게 빨리 뛴 적이 있었을까? 
911 테러로 무너지는  무역센터 빌딩을 떠올리며....
몇층이나 내려왔을까.  이런 아파트가 무너지는게 아니고 내 팔과 다리가 무너지기 시작하네.  
내가 안고 있는게 자식이 아니고  25KG 짜리  귀중품이라면  다시 싼다는 생각에 버려도 벌써 버렸텐데.
맨몸으로 뛰어내려가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한 10여층쯤 남았을까,    진짜 피똥을 싼다는 말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겠더만.  
아들 녀석은 계속 잠들어 있고..................................
드디어, 마침내  1층 도착.  로또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까?  이런 기분도 잠깐,
잊고 있던 마누라 생각이...    
뒤돌아서서 마누라를 불러 보는데 대답이 없다.  둘째를 업고 오다 쓰러져 버린걸까?  
아들녀석을 저 멀리  길바닥에 내려놓고 억지로 깨워서 절대 어디가면
안된다고 말하고   초능력 발동  다시 뛰기 시작. 
계단 입구에서 마누라를 다시 불러 보지만 대답이 없다.
더이상 내려오는 사람도 없어서  혹시 쓰러져 있는 아줌마 없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후아 후아....   풀려버린 팔다리에 긴장감 함 넣어주고  뛰어 오른다.
뛰어 내려올때와는 또 다르다.  내려올때는 천천히라도 움직일 수 있었는데. 
5층에 도착했을땐 이미 있는힘 없는힘 모든 힘을 다 소진해  김태희가 홀딱 벗고
누워있다고 해도 손가락 하나 까딱거릴 힘 조차도 없었다.  숨을 고르고 마누라를 몇번 불러보지만
대답이없다.  순간, 혹시 너무 힘들어 엘리베이트를 탄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다시 일어서서 내려간다.   
이미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다.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기웃기웃 저멀리
마누라를 발견.   어찌나 반갑던지.   물어보니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엘리베이트를 탔단다.
아들녀석과 다시 만나 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어떻게 할건지 대책을 논의.
시간이 좀 흘러,  여진을 걱정했는데 더이상의 흔들림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둘씩 다시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땀을 너무 흘려 갈증 팍팍,  그리고 밤새 길바닥에 앉아 있을순 없으니 자동차 키를 가지러 다시
올라간다.  길바닥에 퍼질러 있는 사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웅성거리는 사람들, 겁도 없이 다시
올라가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올라가서  물과  옷가지 몇개 그리고 자동차키를 지니고 다시 내려온다.  그렇게 차속에서 새벽 4시까지 있다  집으로 복귀한다.
그후 난 그래도 평소에 운동을 좀 하는지라  며칠 근육통 생겼다 사라졌는데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은
마누라 한 10일 동안 거의 기어 다녔다. 아니 기어다닌게 아니고  특별한 일 아니면 움직이질 않았다.













by 시속 | 2008/04/16 12:43 | 일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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